[시니어 철학산책] ⑬ 쇼펜하우어, 의지주의적 관념론자

그가 말하는 의지와 욕망, 그리고 보편적 동정심

허민찬 기자 | 기사입력 2020/07/13 [10:53]

[시니어 철학산책] ⑬ 쇼펜하우어, 의지주의적 관념론자

그가 말하는 의지와 욕망, 그리고 보편적 동정심

허민찬 기자 | 입력 : 2020/07/13 [10:53]

 

 

쇼펜하우어가 말하는 의지란 다음과 같은 의미를 지닌다. 모든 사물의 궁극적 성질, 인간은 저마다 각자의 의지이다. 의지는 자기가 아닌 것, 자기가 소유하지 못한 것을 추구하는 노력이다. 세계는 이러한 의지의 집합체이다.

 

쇼펜하우어에 따르면 이러한 의지를, 즉 자신의 본질을 이해한다면 세계가 수많은 의지의 집합체임을 알 수 있다. 자신의 본질과 세계는 근본적으로 같은 까닭이다. 

 

가령, 눈은 보려는 의지가 현상으로 나타난 신체이다. 위는 배고픔을 없애려는 의지, 두뇌는 지식을 습득하려는 의지, 수족은 일과 목적을 실행하려는 의지가 현상으로 드러난 신체이다. 

 

세계 곳곳에서 의지가 충동적인 힘을 발현한다. 세계는 끊임없는 의지의 작용이다. 세간은 이러한 쇼펜하우어의 철학을 아울러 그를 의지주의적 관념론자로 칭한다. 만물을 의지로 설명하려는 의지주의와 인간 정신으로 실재를 해석하려는 관념론은 쇼펜하우어 철학의 핵심이다.

 

앞서 말했듯 의지는 자신이 소유하지 않은 것을 원하는 작용이다. 이는 결여를 의미한다. 곧 고통이다. 이러한 것을 충족했을 때 의지는 사라진다. 이는 쾌락이다. 이러한 쾌락은 의지가 목표를 달성했을 때 잠깐 느낄 수 있는 행복에 지나지 않는다. 반면 고통은 정상적인 상태로, 늘 존재한다. 쇼펜하우어는 이 상태를 ‘좌절된 의지의 끊임없는 절망’이라고 표현한다. 

 

욕망은 인간을 지치게 한다. 만족, 즉 쾌락은 얻기가 어렵고 오래가지도 않는다. 어렵사리 만족을 얻으면 다른 욕망이 잇따라 고개를 든다. 쇼펜하우어의 이러한 설명은 인간의 삶에서 고통이 쾌락을 압도하고 있다는 사실을 드러낸다. 

 

쇼펜하우어는 대표적인 저서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에서 이러한 불행에서 벗어날 방법을 고찰한다. 쇼펜하우어가 보기에 자살은 좋은 방법이 아니었다. 오히려 천박하고 어리석은 행위이다. 육체의 종말이 곧 영원한 의지를 지닌 자아의 종말을 뜻하는 게 아닌 까닭이다. 

 

동양철학과 불교에 관심이 있던 쇼펜하우어는 불행에서 벗어날 방법을 ‘해탈’이라고 표현한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해탈의 방법은 좀 더 심오하다. 바로 예술을 탐구하는 일과, 도덕적 실천을 하는 일이다.

 

그중 예술을 탐구하는 일은 일시적인 해탈에 불과하다. 해탈의 본질적인 방법은 바로 도덕적 실천이다. 이는 모든 인간이 자신과 다르지 않은 고통을 겪는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이루어진다. 이때 인간은 개별성을 초월해 인류에게 보편적 동정심을 가진다. 

 

보편적 동정심을 지닌 인간은 사사로운 욕망에 방황하지 않는다. 곧 의지를 거부한다. 성자다운 태도를 몸에 익힌다. 그가 말하는 성자다운 태도란 삶의 의지 작용을 거부하는 것을 기초로 둔 삶의 자세이다.

 

쇼펜하우어의 보편적 동정심을 설명하기 위해 간단한 예시로 생존하기 위한 욕망을 설명한다. 개별성을 지닌 인간, 즉 이기적인 인간은 생존하기 위해 욕망한다. 밥을 먹고, 옷을 두르고, 그러기 위해 다른 무언가를 파괴한다. 

 

이러한 인간이 굶주린 다른 인간에게 자신이 지닌 무언가를 내주었을 때, 죽기 직전인 사람을 목숨을 바쳐 구할 때 이러한 현상은 욕망으로선 설명할 수 없는 무언가가 내포되어 있다. 쇼펜하우어는 그것을 동정심으로 보았다. 

 

한 인간이 욕망을 버리고 동정심에 의해 행동할 때, 의지는 무력해진다. 이는 해탈로 이르는 길이다. 쇼펜하우어는 동정심만이 인간이 의지에서 벗어나 해탈할 수 있는 길로 보았다. 성인은 다른 사람을 위해 진심으로 눈물을 흘릴 수 있는 자이다. 다른 사람을 위해 자신의 결여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것을 기꺼이 내어줄 수 있는 자이다.

 

쇼펜하우어는 인간은 항상 쾌락보다 고통이 많다는 염세주의적 철학을 의지주의적 관념론에 대입했다. 그러나 그는 염세주의를 주장하지 않았다. 오히려 현실에서 삶의 의미를 부여하고, 나와 너를 구별하지 않는 삶을 바랐다.

 

[백뉴스(100NEWS)=허민찬 기자]

100뉴스(제주)
허민찬 인턴기자
ksh@confac.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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