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문화산책] “잘 살았다, 잘 견뎠다”…영화 ‘시인할매’

평균 나이 80세, 할머니들의 인생이 담긴 시

이동화 기자 | 기사입력 2020/07/09 [09:52]

[시니어문화산책] “잘 살았다, 잘 견뎠다”…영화 ‘시인할매’

평균 나이 80세, 할머니들의 인생이 담긴 시

이동화 기자 | 입력 : 2020/07/09 [09:52]

[편집자주] ‘시니어문화산책’에서는 시니어와 관련된 문화 콘텐츠를 소개한다. 영화나 공연 등 문화 콘텐츠에 대한 간단한 리뷰 형식에 시니어와 관련된 이슈를 더해 우리 사회 속 시니어들을 다시금 돌아보는 기회를 제공한다.

 

▲ 영화 ‘시인할매’의 메인 포스터.  © 제공=㈜스톰픽쳐스코리아

 

통계청의 ‘2017년 성인문해능력조사’ 결과에 따르면, 만 18세 이상 성인 중 일상생활에 필요한 기본적인 읽기·쓰기·셈하기가 불가능한 이들은 전체 성인 인구의 7.2%인 약 311만 명에 달한다. 성별에 따라서는 남성 성인 인구 중 4.5%, 여성은 두 배가 넘는 9.9%가 비문해 성인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대별로는 60~69세 인구 중 14.2%, 70~79세는 28.7%, 80세 이상의 경우 67.7%가 비문해자인 것으로 드러났다. 남성보다는 여성이, 나이는 많을수록 비문해자의 비율이 높은 것이다.

 

▲ 영화 ‘시인할매’의 한 장면.  © 제공=㈜스톰픽쳐스코리아

 

전남 곡성군 입면 서봉리에 위치한 길작은 도서관에서는 한글을 배우는 할머니들의 웃음꽃이 끊이지 않는다. 김선자 길작은 도서관장은 책을 거꾸로 꽂는 할머니들을 보고 2009년부터 한글 문해교육을 시작했다. 평균 나이 80세의 할머니들은 도서관에서 삼삼오오 모여 한글을 배우고, 시를 쓰고, 그림을 그렸다. 영화 ‘시인할매’에는 그런 할머니들의 모습과 곡성의 사계절이 오롯이 담겨있다.

 

▲ 영화 ‘시인할매’의 한 장면.  © 제공=㈜스톰픽쳐스코리아

 

다큐멘터리 형식의 영화는 할머니들의 모습을 담백하게 비춘다. 전쟁 때문에, 여자이기 때문에 등등 여러 가지 이유로 글을 배우지 못했던 할머니들은 등허리가 다 굽고 나서야 이름 석자 쓰는 법을 배웠다. 할머니들은 “‘시(詩)’라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노래를 부르는 것이 낫겠다”고 말하지만, 삐뚤빼뚤 써 내려가는 시에는 할머니들이 살아온 삶의 흔적과 깊은 진심이 그대로 묻어 있다.

 

사박사박 / 장독에도 / 지붕에도 / 대나무에도 / 걸어가는 내 머리 위에도 / 잘 살았다 / 잘 견뎠다 / 사박사박 – ‘눈’ (윤금순)

 

▲ 영화 ‘시인할매’의 한 장면.  © 제공=㈜스톰픽쳐스코리아


할머니들은 남편 얼굴도 모르는 채 꽃가마 대신 굽이굽이 시골길을 걸어 시집왔던 일도, 글을 몰라 어린 아들의 숙제를 도와주지 못했던 일도 한 줄 시에 꾹꾹 눌러 담았다. ‘벌로(대충, 건성으로)’ 살아와 ‘벌로’ 시를 썼다고 말하지만, 삐뚤빼뚤 써 내려간 글에서는 할머니들이 치열하게 살아냈을 모진 세월이 오롯이 느껴져 마음이 저민다. 투박한 단어에 맞춤법도 잘 맞지 않지만, 꾸밈없는 진심은 마음을 울리기에 충분했다.

 

▲ 영화 ‘시인할매’의 한 장면.  © 제공=㈜스톰픽쳐스코리아


영화는 할머니들의 모습을 극적으로 비춰주지도, 과장하지도 않는다. 할머니들은 다 함께 나누어 먹을 부침개를 부치기도 하고, 달력을 찢어 이면지에 시를 쓰고, “어릴 때 못 해본 일을 하려니 어렵지만 즐겁다”며 그림을 그리기도 한다. 이런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잔잔히 따라가다 보면 곡성의 하루가 저물기도 하고, 소복이 눈이 내리기도, 푸르른 녹음이 우거지기도 한다. 담백한 할머니들의 시와 우리나라 시골의 풍경이 함께 어우러져 소박한 ‘힐링’을 전한다.

 

▲ 영화 ‘시인할매’의 한 장면.  © 제공=㈜스톰픽쳐스코리아


어디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소소하고 평범한 ‘할매’들의 일상에서는 우리네 어머니, 할머니의 모습도 그려진다. 어려운 단어 하나 없이 순수하고 담담하게 인생을 말하는 할머니들의 시는 소리 없이 내리는 눈처럼 우리의 마음을 따뜻하게 어루만져 준다. 듣기만 해도 뭉클한 어머니, 할머니의 따뜻한 품과 같은 영화 ‘시인할매’이다. 

 

▲ 영화 ‘시인할매’의 시(詩)확행 포스터.  © 제공=㈜스톰픽쳐스코리아


[백뉴스(100NEWS)=이동화 기자] 

100뉴스
이동화 기자
donghwa@confac.net
이 기사에 대한 독자의견 의견쓰기 전체의견보기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제 목
내 용
100뉴스, 백뉴스, 시니어, 시니어문화산책, 시인할매, 곡성, 길작은도서관, 문해교육, 힐링영화, 영화추천 관련기사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