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 왜 노인들은 그곳에 갇혔나, 도서 '퇴적공간(堆積空間)'

현대 사회에서 언젠가 겪을 모두의 '자화상'

조지연 기자 | 기사입력 2020/04/01 [11:09]

[북리뷰] 왜 노인들은 그곳에 갇혔나, 도서 '퇴적공간(堆積空間)'

현대 사회에서 언젠가 겪을 모두의 '자화상'

조지연 기자 | 입력 : 2020/04/01 [11:09]
 
▲ '퇴적공간(오근재 지음, 민음인 펴냄)'의 책 표지 ©제공=민음인

 

[백뉴스(100NEWS)=조지연 기자] 많은 시니어가 은퇴 후에 삶의 목적을 잃고 부유한다. 시간을 보내기 위해 많은 시니어가 집 밖을 나서지만, 막상 갈 곳은 없다. 그들은 종묘시민공원, 탑골공원에 모여 시간의 흐름에 자신을 맡긴다.

 

이구석의 ‘서울시 종로 노인문화 활성화 방안에 관한 연구’(서울시립대학교 도시과학대학원, 2009)에 의하면, 종묘시민공원과 탑골공원 이용자 중 약 70%가 ‘동년배 노인들과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 종묘 시민공원 혹은 탑골공원을 이용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왜 이렇게 많은 노인이 종묘 시민공원과 탑골공원에 모이게 된 걸까.

 

도서 '퇴적공간(도서출판 민음인, 248p, 2014)'의 오근재 저자는 대학교수라는 직업에서 은퇴한 후로 자신이 사회적 노인이 됐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자신이 사회적 의미의 노인이 된 후, 많은 노인이 모이는 종묘 시민공원과 탑골공원에 주목하게 된다. 저자는 △종묘 시민공원 △탑골공원 △인천제일교회 △서울노인복지센터 등에 있는 노인들과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신자유주의 시장경제 체제에서 어떻게 개인이 소외되어 시장 밖으로 밀려나는지’를 설명한다.

 

1부에서는 신자유주의 시장경제 체제에서 노인이 누구인지에 관해 고찰한다. 2부에서는 노인들의 영역인 ‘종묘 시민공원’, ‘서울노인복지센터’, ‘인천제일교회’ 등의 공간을 살펴본다. 이 공간들을 오 저자는 ‘퇴적공간’이라고 명명한다.

 

3부에서는 노인이 느끼는 고독과 소외의 가면을 벗긴다. 이 저자는 현대의 노인이 느끼는 감정을 전통적 사회에서 노인이 느꼈을 감정과 대비함으로써 독자들의 이해를 돕는다. 4부에서는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노인의 삶을 다룬다. 마지막으로, 5부에서는 삶의 끝인 죽음에 관해 다룬다.

 

이 저자는 종묘 시민공원을 중심으로 하는 종로3가역, 허리우드 클래식과 같이 부유하는 노인들의 공간이 ‘가정으로부터의 1차적 추방’과 ‘도시의 속도가 주는 소멸이라는 이름의 2차적 추방’이 교차하면서 형성된 도피성 공간이라고 추정한다. 그는 그곳들에서 노인들을 직접 대면함으로써 해당 공간이 ‘도시의 인위성에 밀리고, 속도에 적응하지 못한 인간들이 강 하구의 삼각주에 쌓여가는 모래섬처럼 모여드는 퇴적공간’이라고 명명한다.

 

현대 의학의 발달로 기대수명이 증가함에 따라 세계는 고령화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노인 인구수는 813만 명이다. 노인 인구 비율은 15.7%에 달한다. 즉, 우리나라는 100명 중 최소 15명이 노인이란 소리다. 계속되는 노인 인구의 증가 속에서 ‘퇴적공간’은 우리 사회가 어떤 시각으로 노인을 바라봤는지를 보여주는 명확한 증거다.

 

우리나라의 노인 복지가 “가족으로부터 버림받고 고독하며 병이 깊고 경제적으로도 무능해야 더 많은 보조금을 국가로부터 받아낼 수 있다는 믿음을 심어준다.”는 이 저자의 지적처럼 현재 우리나라의 복지는 노인을 개별 행위자로 인식함으로써 가족 구성원 안에서 분리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

 

전통적인 사회 속에서 노인은 낮은 노동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지혜를 가진 존재로 공동체 안에서 존경을 받았다. 하지만 사회가 디지털화됨에 따라 대부분의 사람은 노인의 지혜보다는 디바이스 속 데이터베이스 안에서 해답을 찾았다. 저자가 인터뷰한 인천제일교회의 노인의 ‘더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이 없다.’는 말은 과연 무엇을 향한 말이었는가.

 

우리 사회는 독거노인 증가를 비롯한 △노인 소외 △고독사 △치매 등의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복지시설로 노인을 소환한다. 하지만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공동체에 대한 희망을 잃은 노인이 공동체의 일원으로 다시 복귀하는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5년에는 인구 5명 중 1명이 노인인 초고령사회에 진입한다. 우리는 모두 언젠가 늙고, 시니어가 된다. 시간의 흐름 속에서 누구도 예외 대상이 될 수 없다. 늘어나는 노인 인구를 끊임없이 사회 밖으로 배척하는 것은 결국 사회에 또 다른 문제로 되돌아온다.

 

노인과 관련된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량적인 것을 추구하는 것은 물론 중요하다. 다만,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 공동체 구성원으로서 노인이 가지는 의미에 관해 제고해야 할 지점에 닿았다고 경고하는 것이 '퇴적공간(堆積空間)'이 우리 사회에 주는 메시지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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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뉴스
조지연 인턴기자
ksh@confac.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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