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스케치] 시니어가 말하는 시니어, 강남시니어플라자 ‘HAPI 미디어단’

연명치료를 주제로 한 영화 제작 현장을 방문하다

이동화 기자 | 기사입력 2019/08/22 [10:24]

[현장스케치] 시니어가 말하는 시니어, 강남시니어플라자 ‘HAPI 미디어단’

연명치료를 주제로 한 영화 제작 현장을 방문하다

이동화 기자 | 입력 : 2019/08/22 [10:24]

▲ 강남시니어플라자의 HAPI 미디어단이 연명치료를 주제로 한 영화를 촬영하고 있다     © 이동화 기자


[백뉴스(100NEWS)=이동화 기자] “컷, 아주 좋았습니다. 다음 장면 촬영하겠습니다.” 
 
지난 19일, 강남시니어플라자(관장 박명환) HAPI 미디어단이 영화를 촬영하고 있는 현장에 방문했다. ‘HAPI 미디어단’은 지난 2012년 ‘시니어 기자단’으로 시작됐으며, 미디어를 활용해 시니어들이 스스로의 목소리를 내는 활동이다.
 
건강한 노화(Healthy Aging), 활기찬 노화(Active Aging), 생산적 노화(Productive Aging), 통합적 노화(Integrative Aging)의 앞 글자를 따서 ‘HAPI’라고 쓰며, ‘해피’라고 읽는다. 시니어들의 사회참여를 지원하고, 노인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개선하기 위한 사업이다.
 
HAPI 미디어단 1기는 지난 2013년부터 2018년까지 매해 2편의 영상을 제작했으며, 올해 출범한 HAPI 미디어단 2기는 짧은 영상 5편 제작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시나리오 작성부터 촬영, 편집, 송출까지 모든 과정은 시니어들이 직접 진행한다.
 

▲ 촬영을 맡은 박승림(74) 시니어가 직접 카메라를 다루고 있다     © 이동화 기자


이날은 약 15차시에 걸쳐 진행된 ‘미디어 교육’에서 배운 내용들을 활용해 영화를 촬영하는 첫날이었다. 그간 진행된 수업은 ‘스마트 폰을 활용한 기초촬영법’, ‘기본 시퀀스 촬영하기’ 등 이론수업과 간단한 실습을 병행하는 방식이었다. 시니어들은 직접 영화를 촬영한다는 기대와 설레는 마음이 한데 어우러진 표정으로 촬영에 임하고 있었다.
 
HAPI 미디어단은 직접 작성해온 시나리오 다섯 편을 약 2주에 걸쳐 보완·수정하고, 그중 처음으로 촬영할 시나리오 한 편을 선정했다. 선정된 시나리오는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주는 마지막 선물: 어느 노부부의 연명치료 이야기’이다. 자녀들이 부모님의 연명치료에 대해 서로 대립되는 의견으로 갈등을 겪는 내용이다. 사랑하는 사람의 연명치료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첫 작품으로 선정했다.
 
시나리오를 작성한 배준길(78) 시니어는 “와이프가 계속 구청에 가서 연명치료포기 각서를 작성하자고 하고 있다. 우리 노인세계에서도, 다른 세대에게도 ‘연명치료포기’는 중요한 이슈이므로 모두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장을 한번 만들어보자는 생각으로 작품을 썼다”고 말했다.

촬영 전에는 약 한 시간 동안 시나리오를 분석하고, 각자 맡을 역할을 정했다. 주어진 역할과 대사 등이 숙지가 되지 않은 상태라 그런지 시니어들의 얼굴에는 긴장감이 역력했다.

▲ 좌측부터 주인공 부부 역할을 맡은 배준길(78) 시니어와 최영자(81) 시니어의 모습     ©이동화 기자


처음으로 촬영한 부분은 주인공 부부가 암 투병 중인 누님의 병실을 방문하기 위해 병원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오는 장면이었다. 모두들 엘리베이터 층 수만 바라보며 숨을 죽였다. 촬영이 시작되고,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는 주인공 부부의 발걸음마저 떨리는 듯했다.
 

▲ 촬영 스텝들이 영상을 확인하며 수정할 부분을 논의하고 있다. 좌측부터 감독을 맡은 신동철(68) 시니어, 촬영을 맡은 박승림(74) 시니어와 조휘배(71) 시니어, 손석우 강사     © 이동화 기자


배우들과 스태프들 모두 긴장한 탓인지 첫 장면은 여러 번에 걸쳐서 촬영했다. 조연을 맡은 시니어들은 본인 차례를 기다리며 대본을 손에 꼭 쥐고서 함께 촬영을 지켜봤다. 누님의 둘째 딸 역할을 맡은 방숙자(75) 시니어는 “조연이나 엑스트라들은 얼마나 힘들겠나, 한 컷을 찍기 위해서 이렇게 오랜 시간 기다림이 있다는 것을 이제야 체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인공 부부가 눈물 연기를 할 때에는 모두들 숨죽여 웃음을 삼키기도 했다. 촬영 중에는 심장소리마저 들릴 듯 고요했지만, 감독의 ‘컷’ 소리 후 긴장감이 한 겹 옅어지면 설레고 즐거운 마음들이 그대로 드러났다. 주인공 할머니 역을 맡은 최영자(81) 시니어는 “영화 한편 만드는 것이 쉽지가 않다. 앞모습, 뒷모습, 옆모습, 한 장면을 나누어서 몇 번을 찍는지 모른다”며 투덜거리는 듯했으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 HAPI 미디어단이 촬영을 마치고 피드백 시간을 가지고 있다     © 이동화 기자


촬영이 끝난 후에는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피드백이 이어졌다. 누님의 셋째 딸 역할을 맡은 문영자(78) 시니어의 연기에 극찬이 이어졌다. 형제들끼리 의견 대립으로 다투는 장면에서 연기자가 아님에도 몰입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는 것이다. 문영자 시니어는 “어머니 생각이 나면서 자연스레 눈물이 났다”며 쑥스러워했다.
 
HAPI 미디어단의 교육을 맡고 있는 손석우 강사는 “모두 스태프였고 연기자였다. 긴 촬영 시간에도 서로 배려하고 이해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고, 감사한 시간이었다”라고 말했다.
 

▲ 강남시니어플라자의 외관     © 이동화 기자


한편, 강남시니어플라자는 지난 2011년 개관했으며 평생교육프로그램 등을 통한 자체 수익으로 운영된다. 양질의 평생교육프로그램, 일자리사업, 복지사업 등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 약 1만 3천 명이 가입되어 있으며, 평생교육프로그램만 수강하는 시니어는 1천300명이다.
 
올해 HAPI 미디어단은 강남구 70플러스 특화사업으로 선정됐다. 연말에는 보다 폭넓은 노인 인식 개선 활동을 위해 기사작성 교육 후, 기사를 작성해 관내 월간지 등의 형식으로 배포할 계획이다. HAPI 미디어단 1기와 2기를 연계한 멘토링 활동도 시작할 예정이다. 올해 출범한 2기 시니어들이 다시 지역사회에 소속되어 활동할 수 있게 될 것으로 예상되는 2021년에는 3기를 모집할 계획이다. 멘토링 활동을 통해 1기부터 3기까지 연계해 운영할 예정이다.
 
#100뉴스 #시니어종합뉴스 #HAPI미디어단 #해피미디어단 #강남시니어플라자 #시니어활동 #강남구_70플러스_특화사업
이 기사에 대한 독자의견 의견쓰기 전체의견보기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제 목
내 용